1.2.2 진화론적 관점: 수억 년에 걸쳐 최적화된 생물의 감각운동(Sensorimotor) 능력과 수천 년에 불과한 추론 능력의 역사 비교.

1.2.2 진화론적 관점: 수억 년에 걸쳐 최적화된 생물의 감각운동(Sensorimotor) 능력과 수천 년에 불과한 추론 능력의 역사 비교.

1. 서론: 시간의 비대칭성과 모라벡의 역설

인공지능(AI)과 로봇공학의 발전사는 인간의 직관을 배반하는 발견의 연속이었다. 20세기 중반, 초기의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지능의 정수가 체스, 수학적 정리 증명, 논리적 추론과 같은 고등 인지 기능에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이러한 ’순수한 사고’를 기계에 구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며, 일단 기계가 ’생각’할 수 있게 되면, 걷거나 물건을 집는 것과 같은 단순한 육체적 작업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하위 문제라고 가정했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의 역사는 이 가정이 완전히 틀렸음을 증명했다. 1988년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Hans Moravec)은 그의 저서 *마음의 아이들(Mind Children)*에서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통찰했다.

“컴퓨터가 지능 검사나 체스 게임에서 성인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지만, 지각이나 이동 능력 면에서 한 살짜리 아기의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1

이른바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로 알려진 이 현상은 지능을 정적인 능력이 아닌, 진화라는 거대한 시간 축 위에서 형성된 동적인 산물로 바라볼 때 비로소 해독된다. 본 장에서는 생물학적 진화의 타임라인을 통해, 왜 감각운동(Sensorimotor) 능력이 수억 년의 최적화를 거친 ’오래된 지능(Old Brain)’의 정수이며, 반대로 우리가 고등 지능이라 여기는 추론 능력은 진화의 역사에서 찰나에 불과한 ’새로운 요령(New Trick)’인지 분석한다.2 또한, 이러한 생물학적 격차가 현대 AI 및 로봇공학의 에너지 효율성, 데이터 처리 방식, 그리고 시스템 아키텍처에 미치는 근본적인 제약과 시사점을 심층적으로 고찰한다.

우리는 10억 년에 달하는 감각운동 시스템의 진화사와 불과 수만 년에 불과한 상징적 추론의 역사를 대조함으로써, 현대의 제미나이(Gemini)와 같은 거대 언어 모델(LLM)은 놀라운 성취를 보이지만,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걷고 상호작용하는 로봇의 등장은 왜 그토록 더딘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감각운동 지능의 심연: 10억 년의 R&D

2.1 생존을 위한 계산: 원시적 감각운동 루프의 태동

지능의 역사는 생각(Thought)이 아니라 움직임(Movement)에서 시작되었다. 한스 모라벡은 “인간의 뇌에서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부분은 10억 년의 경험을 통해 자연의 본질과 생존법을 체득했다“고 지적한다.2 약 10억 년 전, 최초의 다세포 생물이 등장했을 때부터 생존은 곧 정보 처리의 문제였다. 단세포 생물조차 화학적 농도 구배(Chemical Gradient)를 감지하고 영양분을 향해 편모를 회전시키거나 독소를 피해 도망치는 기본적인 감각-반응 루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복잡한 감각운동 지능은 약 5억 4,100만 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Cambrian Explosion)**과 함께 폭발적으로 진화했다.5 이 시기는 생물학적 군비 경쟁이 시작된 시점으로, 옥스퍼드 대학의 앤드류 파커(Andrew Parker)가 제안한 ’빛 스위치 이론(Light Switch Theory)’에 따르면, 눈(Eye)의 진화가 그 기폭제가 되었다.7

이전의 에디아카라(Ediacara) 생물군이 주로 해저에 고착되어 있거나 수동적으로 부유하며 영양분을 흡수했던 것과 달리, 캄브리아기 생물들은 능동적인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를 형성했다.8 시각 정보의 등장은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켰다. 빛의 패턴을 통해 물체의 형태를 인식하고, 3차원 공간상의 거리를 계산하며, 자신의 움직임을 제어하여 목표물을 추적하거나 도주하는 행위는 고도의 연산 능력을 필요로 했다.

이 과정에서 신경계의 중앙집중화가 일어났다. 즉, 복잡한 감각 입력을 실시간으로 처리하여 적절한 운동 출력으로 변환하는 ’뇌’의 원형이 탄생한 것이다. 이 시기에 발달한 신경 회로는 현대 척추동물 뇌의 뇌간(Brainstem), 기저핵(Basal Ganglia), 시각 피질(Tectum/Superior Colliculus) 등 이른바 ‘파충류의 뇌’ 또는 ’오래된 뇌’의 기초가 되었다.9 이들은 수억 년 동안 포식자의 위협, 변화하는 지형, 먹이의 움직임과 같은 불확실한 환경 변수 속에서 생존 확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최적화되었다.

2.2 물리적 세계와의 투쟁: 최적화의 척도

자연선택은 엔지니어링의 관점에서 볼 때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품질 관리(QA) 과정이다. 감각운동 시스템의 실패는 곧 죽음(유전자의 소멸)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5억 년 이상의 시간 동안 생물학적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공학적 난제들을 해결해 왔다.

  1. 실시간 처리와 낮은 지연 시간(Low Latency):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먹이를 낚아채는 상황에서 0.1초의 지연은 치명적이다. 생물학적 신경망은 느린 신호 전달 속도(전기 신호에 비해)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병렬 처리(Massive Parallelism) 아키텍처를 진화시켰다. 로봇공학에서 ‘인식-판단-행동(Perception-Actuation)’ 루프의 지연을 줄이는 것이 여전히 난제인 것과 대조적으로, 생물은 척수 반사(Spinal Reflex)와 같은 하위 루프를 통해 뇌의 개입 없이도 즉각적인 물리적 반응을 수행한다.10
  2. 비정형 환경에 대한 강건성(Robustness): 자연환경은 평평한 바닥이나 규격화된 물체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울퉁불퉁한 바위, 미끄러운 진흙, 흔들리는 나뭇가지 위를 이동해야 한다. 생물은 이를 위해 ’임피던스 제어(Impedance Control)’와 신체의 유연성(Compliance)을 활용한다. 근육과 건(Tendon)의 탄성을 이용하여 충격을 흡수하고, 예상치 못한 외란(Disturbance)에도 자세를 유지한다. 이는 현대 로봇이 시뮬레이션 환경에서는 잘 작동하다가도 실제 환경의 미세한 노이즈나 마찰 변화에 실패하는 ‘Sim-to-Real Gap’ 문제와 대비된다.12
  3. 에너지 효율성(Energy Efficiency): 뇌는 신체 에너지의 약 20%를 소모하는 고비용 기관이지만, 그 연산 효율은 경이롭다.14 인간의 뇌는 약 20와트(Watt)의 전력으로 슈퍼컴퓨터급의 연산을 수행한다. 이는 자연선택이 불필요한 연산을 제거하고, 희소 코딩(Sparse Coding)과 같은 효율적인 정보 처리 방식을 채택하도록 강력하게 압박했기 때문이다.15

이러한 10억 년의 유산은 우리 몸의 감각운동 시스템에 깊이 각인되어 있으며, 우리는 이를 ’무의식’의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수행한다. 모라벡이 지적했듯이, “우리는 지각과 운동 영역에서 모두 올림픽 선수들이다”. 단지 너무 잘해서 쉽다고 착각할 뿐이다.3

3. 추론 능력: 진화의 늦둥이이자 ‘얇은 껍질’

3.1 대뇌피질의 팽창과 인지 혁명

감각운동 능력이 수억 년의 역사를 가진 고목의 뿌리라면, 추상적 추론 능력은 그 나무의 가장 꼭대기에 돋아난 새순에 불과하다. 인류의 진화 역사에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등장한 것은 약 30만 년 전이며, 언어와 복잡한 도구 사용, 그리고 상징적 사고가 폭발적으로 발달한 ’인지 혁명(Cognitive Revolution)’은 불과 5만~7만 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17

이 시기에 인류의 뇌, 특히 대뇌피질(Neocortex), 그중에서도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급격히 팽창했다.19 대뇌피질은 감각 정보를 통합하고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며, “만약에(What if)“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성’, ‘논리’, ’추론’이라고 부르는 능력의 생물학적 기반이다.

3.2 수천 년의 문화적 진화: 하드웨어 vs 소프트웨어

그러나 생물학적 진화(유전적 변화)만으로는 현대 문명의 고도화된 추론 능력을 설명하기 어렵다. 모라벡은 수학, 공학, 논리, 체스 등의 기술이 생물학적 진화가 아닌 **문화적 진화(Cultural Evolution)**를 통해 발전했음을 지적한다.1

  • 진화적 시간 척도의 불일치: 수학이나 논리학의 역사는 기껏해야 수천 년, 짧게는 수백 년에 불과하다. 인간의 뇌가 수학 문제를 풀도록 생물학적으로 진화할 시간은 없었다. 대신, 인간은 기존의 신경 자원(공간 지각 능력, 패턴 인식 능력 등)을 ’재활용(Exaptation)’하여 추상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문화적으로 학습했다.
  • 비직관성의 원인: 우리가 미적분이나 복잡한 논리 문제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우리의 뇌가 본래 그런 작업을 하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던져진 돌의 궤적(물리학)’을 본능적으로 예측할 수 있지만, 이를 종이 위의 수식으로 풀어내는 데는 엄청난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마치 그래픽 처리에 최적화된 GPU로 텍스트 처리를 강제하는 것과 같은 비효율성을 내포한다.

3.3 인공지능이 추론을 먼저 정복한 이유

여기서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인공지능(컴퓨터)은 인간이 만든 도구이며, 그 기본 작동 원리는 논리와 수학적 규칙(알고리즘)에 기반한다. 즉, 컴퓨터는 태생적으로 인간의 가장 최근 기능인 ’논리적 추론’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기계다.

  • 닫힌 세계(Closed World)의 승리: 체스나 바둑, 수학 정리 증명은 규칙이 명확하고 변수가 통제된 ’닫힌 세계’의 문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기호(Symbol)와 논리 연산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초기 AI(GOFAI)가 이 분야에서 빠르게 인간을 능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에게는 어렵지만(진화적으로 낯설지만) 컴퓨터에게는 쉬운(설계적으로 적합한) 작업이었기 때문이다.21
  • 데이터의 형태: 최근의 거대 언어 모델(LLM) 역시 인간이 축적한 텍스트 데이터(문화적 산물)를 학습한다. 인터넷상의 방대한 텍스트는 인간의 추론 과정이 명시적으로 기록된 데이터다. 반면, 걷거나 물건을 잡는 감각운동 지식은 언어로 기록되지 않으며, 암묵적이고 무의식적인 데이터로 존재하기 때문에 AI가 학습하기 훨씬 어렵다.
비교 차원감각운동 지능 (Sensorimotor Intelligence)추론 지능 (Reasoning Intelligence)
진화 기간약 5억 ~ 10억 년 (캄브리아기 이후)약 5만 ~ 10만 년 (인지 혁명 이후)
생물학적 기반기저핵, 소뇌, 뇌간, 척수 (“오래된 뇌”)대뇌피질, 전전두엽 (“새로운 뇌”)
처리 방식대규모 병렬, 무의식적, 실시간직렬/순차적, 의식적, 지연 허용
주요 과제불확실한 물리 세계에서의 생존 및 이동상징 조작, 계획 수립, 추상화
AI 구현 난이도극도로 어려움 (모라벡의 역설)상대적으로 쉬움 (규칙 기반, LLM)
에너지 효율최적화됨 (최소 에너지로 최대 기동)비효율적 (높은 인지 부하)

4. 생물학적 시스템과 로봇 시스템의 물리적 성능 격차

진화적 시간 척도의 차이는 단순한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이는 현대 로봇공학이 직면한 물리적, 에너지적 한계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수억 년의 최적화를 거친 생물학적 시스템과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로봇 시스템 간의 격차를 정량적으로 비교해보자.

4.1 에너지 효율성: 이동 비용(Cost of Transport)의 비교

이동 효율을 나타내는 표준 지표인 **이동 비용(Cost of Transport, CoT)**은 특정 무게(M)의 물체를 특정 거리(d)만큼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E)를 중력가속도(g)로 정규화한 값이다 (CoT = E / Mgd). 이 값이 낮을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음을 의미한다.22

  • 인간의 보행: 인간의 CoT는 약 0.2 수준이다. 인간은 걷는 동안 위치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를 교환하는 ‘역진자(Inverted Pendulum)’ 메커니즘을 사용하며, 아킬레스건과 같은 탄성 조직(Tendon)에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방출함으로써 근육의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다. 이는 수백만 년의 직립 보행 진화를 통해 뼈와 근육 구조가 극한으로 최적화된 결과다.22
  • 로봇의 보행:
  • ASIMO (Honda): 초기 휴머노이드의 대표 주자인 ASIMO의 CoT는 약 3.23으로, 인간보다 16배 이상 비효율적이다. ASIMO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무릎을 굽힌 채 평발로 걷는(Flat-footed) 제어 방식을 사용하며, 이는 지속적인 모터 토크를 요구하여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한다.22
  • Atlas (Boston Dynamics): 뛰어난 기동성을 보여주는 Atlas 로봇은 유압 액추에이터를 사용하여 강력한 힘을 내지만,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극심하다. CoT는 약 5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는 배터리 수명을 심각하게 제한한다. Atlas와 같은 로봇이 1시간 동안 걷기 위해 소모하는 에너지는 인간이 며칠 동안 활동할 수 있는 열량에 맞먹는다.22
  • DURUS (SRI International): 인간의 보행 메커니즘을 모방하여 발뒤꿈치부터 닿는(Heel-strike) 보행을 구현한 DURUS 로봇은 CoT 1.02를 달성했다. 이는 로봇공학의 큰 진보지만, 여전히 인간에 비해서는 5배가량 비효율적이다.22

이러한 에너지 격차는 진화가 ’가용성(Feasibility)’을 넘어 ’효율성(Efficiency)’을 달성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았는지를 증명한다. 생물은 식량이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칼로리 소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 압력을 받았지만, 로봇은 외부 전원이나 대용량 배터리에 의존하며 아직 충분한 ’진화적 압력’을 겪지 못했다.29

4.2 계산 복잡성과 제어 이론의 한계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는 그의 기념비적 논문 “코끼리는 체스를 두지 않는다(Elephants Don’t Play Chess)“에서, 지능적인 행동이 반드시 복잡한 내부 모델이나 추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21 그는 **‘구체화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을 강조하며, 로봇이 세상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지능이 창발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물리적 세계와의 상호작용은 계산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요구한다.

  • 차원의 저주(Curse of Dimensionality): 인간의 신체는 수백 개의 관절과 600개 이상의 근육으로 이루어진 초고차원 시스템이다. 로봇공학에서 자유도(Degree of Freedom)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이를 제어하기 위한 계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31 생물은 ’근육 시너지(Muscle Synergy)’와 같은 저차원 제어 전략을 통해 이를 해결하지만, 로봇 제어 이론은 여전히 최적의 해를 실시간으로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33
  • 현실의 갭(Reality Gap): 시뮬레이션 환경(Sim)에서는 완벽하게 작동하는 알고리즘도 실제 환경(Real)의 마찰, 미끄러짐, 센서 노이즈, 기계적 유격 앞에서는 무력해지기 쉽다. 이를 Sim-to-Real Gap이라 부른다.12 생물학적 뇌는 태어날 때부터 이러한 ’노이즈’를 처리하도록 진화했으며, 소뇌(Cerebellum)와 같은 기관은 감각 예측 오차를 밀리초 단위로 수정하여 부드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낸다.35

5. 신경과학적 통찰: ’오래된 뇌’와 ’새로운 뇌’의 통합

모라벡의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로봇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넘어, 지능의 아키텍처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프 호킨스(Jeff Hawkins)는 그의 저서 *천 개의 뇌(A Thousand Brains)*에서 “오래된 뇌(Old Brain)“와 “새로운 뇌(New Brain)“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다.37

5.1 오래된 뇌: 생존과 욕망의 엔진

호킨스는 대뇌피질(새로운 뇌)이 지능 모델을 학습하는 범용 학습기라면, 그 아래에 있는 기저핵, 편도체, 뇌간 등(오래된 뇌)은 생물의 생존 본능, 욕망, 그리고 기본적인 움직임을 제어하는 엔진이라고 설명한다. 오래된 뇌는 수억 년 동안 진화하며 검증된 ’생존 알고리즘’을 담고 있다.39 로봇에게 부족한 것은 바로 이 ’오래된 뇌’의 기능, 즉 환경에 대한 본능적인 적응력과 강건한 감각운동 제어 능력이다.

5.2 좌표계(Reference Frames)와 지능의 기원

호킨스는 대뇌피질의 핵심 기능인 ’추론’조차도, 본래 동물이 공간을 이동하기 위해 발달시킨 좌표계(Reference Frames) 시스템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한다.40 해마(Hippocampus)와 격자 세포(Grid Cells)는 물리적 공간을 매핑(Mapping)하는 데 사용되었지만, 인간은 이를 확장하여 개념적 공간(수학, 언어, 사회적 관계)을 매핑하는 데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가장 고차원적인 지적 능력은 가장 기초적인 감각운동 능력(내비게이션)의 진화적 변용(Exaptation)인 셈이다. 이는 감각운동 능력이 지능의 ’별책 부록’이 아니라 ’핵심 기반’임을 시사한다.

6. 결론: 역설을 넘어선 미래의 AI

본 장의 분석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1. 지능의 빙산: 우리가 경이로워하는 인간의 추론 능력은 거대한 감각운동 지능의 빙산 위에 드러난 일각일 뿐이다. 수억 년의 진화적 최적화가 숨겨져 있기에, 우리는 걷고 보는 것을 ’쉽다’고 착각한다.
  2. AI 발전의 방향성: 현재의 AI(LLM)는 텍스트와 코드라는 ’문화적 데이터’를 학습하여 추론 능력에서 인간을 빠르게 따라잡았다. 그러나 진정한 범용 인공지능(AGI)이나 휴머노이드 로봇이 되기 위해서는 수억 년의 진화가 만들어낸 ’신체성(Embodiment)’과 ’물리적 세계에 대한 암묵적 지식’을 학습해야 한다.
  3. 융합의 필요성: 미래의 지능 시스템은 상징적 추론(Symbolic Reasoning)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모델과, 강건한 감각운동 제어를 담당하는 소뇌/기저핵 모델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로 나아가야 한다.35

모라벡의 역설은 AI 연구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가 ’지능’이라고 부르는 현상의 깊이와 복잡성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이정표다. 제미나이와 같은 언어 모델이 책을 쓰고 코드를 짜는 동안, 로봇 공학자들은 여전히 로봇이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불균형은 수십 년 내에 해결될 기술적 과제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생물과 기계를 구분 짓는 가장 근본적인 경계선으로 오랫동안 남을지도 모른다.

7.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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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The Cambrian explosion’s spark - Stanford Report, https://news.stanford.edu/stories/2024/07/revisiting-the-cambrian-explosion-s-spark
  6. The Cambrian explosion was far shorter than thought | Natural History Museum, https://www.nhm.ac.uk/discover/news/2019/february/the-cambrian-explosion-was-far-shorter-than-thought.html
  7. Eyes on the prize: the evolution of vision | Natural History Museum, https://www.nhm.ac.uk/discover/eyes-on-the-prize-evolution-of-vision.html
  8. Paleontologists say two explosive evolutionary events shaped early history of multicellular life | Virginia Tech News, https://news.vt.edu/articles/2008/01/200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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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How Much Energy Does the Brain Use? - BrainFacts, https://www.brainfacts.org/brain-anatomy-and-function/anatomy/2019/how-much-energy-does-the-brain-use-0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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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Moravec’s paradox is no paradox. Logical reasoning was always designed… - From Narrow To General AI, https://ykulbashian.medium.com/morevacs-paradox-is-no-paradox-6e56c278bd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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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Learning Geometric Reasoning Networks For Robot Task And Motion Planning | OpenReview, https://openreview.net/forum?id=ajxAJ8GU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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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Is this how your brain works? | Bill Gates, https://www.gatesnotes.com/books/science/reader/a-thousand-brains
  39. A Thousand Brains - Internet Archive, https://dn790007.ca.archive.org/0/items/artificial-intelligence/2021_a_thousand_brains-a_new_theory_of_intelligence-Jeff%20Hawkins%20%282021%29.pdf
  40. Book Review: A Thousand Brains — A New Theory of Intelligence - MadBrain, https://madbrain.ai/a-thousand-brains-a-new-theory-of-intelligence-f02d002ebd60
  41. A Survey of Robot Intelligence with Large Language Models - MDPI, https://www.mdpi.com/2076-3417/14/19/8868